Murder On The Orient Express(1974)

Murder On The Orient Express(1974)

2011, May 07    

이 영화는 최근 16:9 와이드 스크린과 DD 5.1, 시드니 루멧 감독과 제작자들, 숀 코너리, 제클린 비셋(세월은 미인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긴 스페셜 피쳐: Making Murder On The Orient Express가 포함된 DVD로 새롭게 출시되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동명 추리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폭설에 갇힌 열차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명탐정 포와로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포와로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의 특징, “고고학자가 유물의 흙먼지를 털어내 듯이” 작은 단서와 사소한 사실들, 그리고 대화를 통해 진실에 접근해가는 매우 고전적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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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는 형사 콜롬보처럼 심문을 끝내고 돌아가는 용의자에게 “아, 한 가지만 더…” 라고 말하면서 결정적인 질문을 던진다. 안도하고 돌아서는 용의자는 순간 표정이 굳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걸작은 리메이크될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결코 다시 제작될 수 없는 영원한 명작이다(2017년 케네스 브레너가 리메이크 했다). 이 영화의 눈부신 스타 캐스팅은 크리스티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과 완벽한 매칭을 이룬다. 캐스팅이 유명배우들을 기용했다는 점도 있지만 각 캐릭터들이 매우 독특하고 개성이 뚜렷하여 그 배역 속에 배우가 그대로 녹아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고양이처럼 반짝이는 눈과 과장스러운 몸짓, 결벽증에 가까운 깔끔함,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의 포와로 역은 알버트 피니가 맡았다. 개인적으로 알버트 피니가 피터 유스티노프의 포와로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지만 크리스티는 “네로 황제”에게 더 좋은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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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범 레체트의 비서 맥퀸은 앤소니 퍼킨스가 연기한다. 사이코(1960)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심리적 불안상태는 이 영화에서도 조금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숀 코너리는 여전히 멋진 모습으로 애버스너트 대령을 연기한다. 1940~50년대의 은막의 여배우들, 잉그리드 버그만과 로렌 바콜도 등장한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교활한 유괴범 레체트 역은 리처드 위드마크가 맡았다. 승객들의 심문이 끝날 때마다 저 사람이 살인범이라고 흥분하는 포와로의 이탈리아인 친구 비앙키는 마틴 발삼이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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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암스트롱 유괴사건을 신문기사로 요약하여 보여주는 영화의 도입부는 상당히 훌륭하다. 이런 도입부는 비주얼적인 액션으로 초반을 사로잡는 요즘 영화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용의자들을 차례로 불러 심문하는 과정들은 원작 소설만큼 속도감과 긴장감이 있다. 결정적 단서를 드러내는 질문마다 당황하는 용의자들의 표정이나 의심스러운 뉘앙스들은 영화의 전개를 점점 흥미롭게 만든다.

시드니 루멧 감독은 소품이나 의상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와 더불어 오리엔트 특급 열차 안의 모습들, 좁은 통로와 침대차, 식당 칸 그리고 캐릭터에 어울리는 다양한 의상들은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요소이다.

원작 소설의 구성이 워낙 뛰어나서 영화가 그것을 못 따라가는 느낌이 들기는 하다. 하지만 영화화된 크리스티의 소설 중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에 속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30 여년이 지난 필름이라서 화질은 다소 흐릿하다. DD 5.1을 지원하긴 하지만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화질과 음향 모두 영화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이번에 코드 1로 출시된 것은 국내판과는 달리 크리스티의 팬과 영화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4개로 구성된 메이킹 피쳐를 보는 것만 해도 큰 즐거움이다. 감독, 제작자, 배우들이 “증언”하는 촬영 당시의 이야기들이 아련한 향수처럼 올드 영화팬들을 사로잡을 것이다.